[신앙소감문]구원의 방주, 메러디스 빅토리호<신흥자 마르가리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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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기획홍보분과 작성일24-02-03 18:00 조회67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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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의 방주, 메러디스 빅토리호
제 인생에는 하느님의 사랑을 깊이 깨달은 특별한 사건이 있습니다. 1950년 12월 23일, 한반도는 겨울 눈보라에 휩싸였습니다. 중공군의 한국전쟁 참전으로, 퇴각하는 국군과 유엔군을 따라 북한 주민들이 흥남 부두에 몰려들었습니다. ‘메러디스 빅토리호’ 수송선의 레너드 라루 선장은 배에 실려있던 탱크와 무기들을 바다에 버리고 피난민을 태웠습니다. 단 60명만이 정원이었던 배에 태운 피난민은 1만 4천 명이었습니다. 이는 “하나의 배로 가장 많은 사람을 구조한 배”로 기네스북에 올랐으며 세계사적으로 가장 큰 난민 구조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군인들과 피난민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서로의 손을 놓쳐 애타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3일 전에 먼저 피난길을 떠났던 아버지를 하느님의 인도하심과 도우심으로 부둣가에서 온 가족이 기적적으로 만나 무사히 함께 배에 탔습니다. 당시 6살이었던 저의 손을 꼬옥 잡고 계시던 아버지의 손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흥남 부두에서 거제도에 도착할 때까지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식량도 물도 심지어 화장실도 없던 극악의 환경이었습니다. 굶주림과 목마름 속에서 그 배 안에서는 5명의 새 생명이 태어났고 그날은 12월 25일 예수님께서 탄생하신 날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크리스마스라는 말을 처음 들었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레너드 라루 선장은 1954년 미국에서 성 베네딕도 수도회에 입회하여 ‘마리너스’라는 본명으로 수도회 수사님이 되어 새 삶을 시작하셨습니다.
2000년 여름에 LA에 사는 친구 바실리오와 세실리아 부부의 초대로 미국에 갔을 때, 저를 가까운 곳 아주 오래된 베네딕도 수도원 구경을 시켜준다고 데리고 갔습니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저희 일행은 식당으로 안내되어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식당 맨 안쪽 자리에 노 수사님이 혼자 식사하고 계신 것을 보았습니다. 초대한 바실리오 형제님이 저 수사님께서 6.25전쟁 당시 한국전쟁에 참전하신 분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서울로 돌아와 시간이 흐른 후에 어느 날 가톨릭신문에서 87세로 선종하신 마리너스 수사님의 일대기를 담은 기사를 보고, 미국 방문 당시 수도원에서 뵈었던 수사님이 그 마리너스 수사님이셨고 흥남 부두에서 타고 온 ‘메러디스 빅토리호’ 선장님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그날 만났을 때 선장님 배에 태워준 6살짜리 꼬마가 50대 중반이 되어 감사의 인사를 드렸으면, 흥남 철수 작전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또 하나의 ‘하느님의 기적’이 되어 얼마나 기뻐하셨을지… 생각하면 지금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6살 어린 시절 이미 하느님을 만났던 것을 모르고 살다가, 1982년 8월 15일 성모승천 대축일에 남편과 함께 세례성사를 받았습니다. 창밖에서는 여름 소나기가 쏟아지고 제 가슴속에서는 기쁨의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그해 11월에 견진성사도 받았습니다. 지금은 이십여 년에 걸친 성서 공부의 가르침과 말씀 묵상을 통하여 하느님의 인도하심과 도우심, 그분의 무한하신 사랑을 가슴 깊이 이해하게 되면서, 하느님께서 6살 때 ‘메러디스 빅토리호’라는 노아의 방주에 태워, 북한 공산당의 땅에서 꺼내시어 대한민국 자유의 땅으로 당신 품에 안아 구해주셨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리 가족에게 베풀어 주신 놀라운 하느님의 기적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체험은 제 마음속 깊숙이 각인 되어 이웃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는 나눔적 삶을 살고자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사랑의 하느님’을 알고 나니 제 가족만 챙기지 않고 고통받는 이웃이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보고, 제 능력으로 해결해 줄 수 없는 부분은 다른 분들께 도움을 청해서라도 각자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는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성서못자리에서 요한복음 6장 14절 빵의 기적 사건을 공부하면서, 기적의 궁극적인 표징 ‘생명의 빵’으로서 성체 안에 현존하시는 예수님을 묵상하며 성체를 모시는 순간, 입 안의 성체가 부드럽고 뜨거워져 목에 넘어가는 순간, 가슴이 뜨거워지고 두근거리며 심장이 뛰어서 숨을 쉴 수가 없었습니다. 그 후로 영성체 모실 시간이면 예수님을 만나는 기쁨에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라는 말씀을 기억하며 저에게 힘을 주시는 그분 안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살아갑니다. 오늘도 저의 마지막 기도를 드립니다. 사랑의 주님! 오늘도 새로운 하루를 선물로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세상 마지막 사는 날까지 매일 당신을 모시고 당신을 사랑하며 기쁘게 살다가 주님께서 주신 육신, 제가 쓰고 남은 것 ‘시신 기증 서약서’대로 필요한 분들께 다 나누어주고 당신께 가게 해주소서. 아멘
신흥자 마르가리타 | 성서못자리 요한복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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